왜 만들었고, 왜 아직 안 열었나

오세정 · 지니어스코리아 · 2026-09-16

이 도구는 지금 팔지 않는다. 돈이 드는 기능은 전부 꺼두었고, 연구와 실측의 도구로 쓰고 있다. 만들다 만 것이 아니라 만들어놓고 값을 안 매긴 것이다. 왜 그런지 적어둔다.

1. 시작은 제안서였다

이 업계에서 오래 일했다. 광고와 디지털 쪽이다. 일을 하다가 GEO 제안서를 받아볼 일이 있었다. 어느 회사의 어떤 문서였는지는 쓰지 않겠다 —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읽으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여기 적힌 건 나도 아는 수준이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이 검색엔진 최적화 관행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는 점이었다. 사이트 구조를 고치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AI가 답을 만들 때 무엇을 근거로 고르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2.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기준은 하나였다. 이과가 아니라 문과 기준으로 만들자. 나는 개발자가 아니고, 이 분야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대부분도 개발자가 아니다. 점수만 띄워놓고 "고치세요"라고 하는 도구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항목마다 이게 어디서 나온 근거인지를 다 붙였다. 논문에서 온 것, 벤더가 공식 문서에 쓴 것, 업계에서 도는 이야기를 구분해서 표시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것을 모아서 정리했고, 다른 데가 하는 건 다 했다. LLM으로 진단 결과에 맞는 코드 처방까지 붙였다.

3. 그러다 의문이 들었다

어느 날 생각했다. "이게 정말 맞나?"

내가 붙여놓은 근거들을 원문까지 따라가 봤다. 그랬더니 내가 기대한 것과 달랐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실험은 "인용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답변 안에서 그 출처가 차지한 지분을 재고 있었다. 게다가 문서를 미리 제공한 조건에서 돌린 것이라, 크롤·색인·회수·선택 단계가 전부 우회된 결과였다. 근거로 흔히 제시되는 다른 문서들은 검색 엔진 회사가 쓴 것이었고, 그 회사들조차 자기 문서에서 "특별한 마크업은 필요 없다", "이상적인 분량은 없다"고 적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 내가 파는 도구의 점수와 "AI에 실제로 인용되는가"를 이어주는 증거를 나 스스로 대지 못했다.

4. 그래서 값을 매기지 않았다

이 상태로 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 돈이 드는 기능은 전부 껐고, 규칙 기반 진단만 무료로 열어두었다. 지금 이 사이트가 그 상태다.

점수가 잘 나온다고 인용이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5. 지금 하는 일 — 파는 대신 재고 있다

대신 확인하기로 했다. 이 사이트 자체를 측정 대상으로 두었다.

서버에 요청 로거를 붙여 AI 크롤러가 실제로 무엇을 가져가는지 기록하고, 여러 엔진에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며 무엇이 인용되는지 센다. 처치를 하나씩 넣고 그때마다 다시 잰다. 관측 결과는 유리하든 불리하든 공개한다.

6.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못 하는 말

"이렇게 하면 AI에 나옵니다"는 말을 나는 못 한다. 조건 없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페이지 항목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고, 찾았다고 말하는 자료들을 원문까지 따라가 본 결과가 위에 적은 것이다.

대신 이런 것은 말할 수 있다.

마지막 항목이 제일 크다. 그리고 그걸 줄이는 것이 지금 내가 하는 일이다.

7. 그래서 이 사이트는

완성된 제품이 아니다. 확인하는 중인 것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적어둔 곳이다. 그게 지금 내가 정직하게 내놓을 수 있는 전부다.

틀린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고친다. 특히 우리 관측이 잘못됐다는 근거라면 더 반갑다.

8. 이 도구를 지금 어떻게 쓰고 있나

지금은 연구와 실측의 도구로 쓰고 있다. 돈이 드는 기능은 꺼두었고, 규칙 기반 진단만 무료로 열어두었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내가 개런티할 수 있는 확실한 것을 찾게 되면 그때 생각할 일이고, 그 전에는 값을 매길 생각이 없다. 실무자이자 학자로서 계속 검증하고, 그냥 만들어 갈 뿐이다.

9.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

담화를 나눠보고 싶은 연구자와 실무자는 언제나 환영한다. 우리 관측이 틀렸다는 반론이면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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